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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우리, 그 광장에서, 다시 만나요

우리, 그 광장에서, 다시 만나요

4월 30일 청계광장, 제1회 백기완 문화예술 한바탕에 시민 여러분을 모십니다

  • 민정연(희망의 노래 꽃다지 기획자) 

 제1회 백기완 문화예술 한바탕 포스터

제1회 백기완 문화예술 한바탕 포스터 ⓒ 백기완재단관련사진보기

백기완 선생이 떠나신 지 다섯 해가 지났습니다. 남은 우리에게 무엇이 있을까요. 선생이 평생 그려 오신 '노나메기 세상',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너도 잘살고 나도 잘사는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는 4월 30일 저녁 7시, 시민 여러분이 촛불을 들고 만났던 그 자리, 청계광장에서 '제1회 백기완 문화예술 한바탕'이 펼쳐집니다.

먼저 왜 추모제가 아닌 '한바탕'을 여는지부터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이 말을 기쁘거나 슬플 때 '한바탕 놀았다', '한바탕 울었다'라고 씁니다. '한바탕'은 마당에서 벌어지는 한 판, 흥과 분노와 울음과 웃음이 뒤엉켜 터져 나오는 자리입니다. '한바탕'은 선 자리에서 땅을 구르며 그 슬픔과 분노를 흥으로 뒤집는 자리입니다. 2021년 선생의 장례식 때 문화예술가들이 마련한 추모 문화제의 제목이 '혁명이 늪에 빠지면 예술이 앞장서나니'였습니다. '한바탕'은 그 연장선에서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 늪에 빠진 시대에 예술이 먼저 치고 나가겠다는 다짐의 자리입니다.

선생의 장편시 '묏비나리'의 한 구절은 황석영이 다듬고 김종률이 가락을 붙여 '임을 위한 행진곡'이 되었고, 광주를 넘어 아시아 곳곳의 거리에서까지 불리고 있습니다. 선생의 시는 권력의 말, 자본의 말로는 결코 담아낼 수 없는 분노와 희망을 가락에 실어, 온 땅의 민중을 위로하고 용기를 주었습니다.

영국의 비평가 존 버거는 "권력과 자본의 언어가 이중 언어로 진실을 뒤덮는 시대에는 산문이 아니라 노래가 지금 이 순간의 삶을 껴안을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진실이 입을 잃었을 때 노래는 자기 몸을 지닌 채 역사적 시간을 양팔로 감싸 안아, 진실이 입을 잃은 자리에서, 노래는 역사를 음악으로 기록하고 여전히 저항한다는 의미일 겁니다.

돌이켜 보면 이 땅의 민중예술은 진실을 잃은 자리에서 한 번도 비켜선 적이 없었습니다. 1987년 민주화를 부르짖던 거리에서, 구로의 공장 마당에서, 용산 남일당 앞에서, 강정과 밀양과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아래에서, 팽목항과 촛불의 광장에서, 권력의 말이 진실을 덮을 때마다 민중의 노래와 걸개그림과 풍물 가락은 그 덮개를 한 겹씩 들춰 왔습니다. 권력과 자본이 시민을 위협하는 자리에 민중예술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노동자와 민중의 싸움이 이어지는 한, 민중예술은 그 싸움의 옆자리에서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함께 걸을 것입니다.

250여 명의 예술가가 한데 모이는 날
이번 한바탕에는 노래하는 이들과 풍물패, 춤꾼과 시인, 미술가와 연극인, 영상과 미디어 작업자에 이르기까지 250여 명의 예술가가 한데 모였습니다. 장르도, 세대도, 활동 무대도 제각각인 이들이 한 자리에 서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안정적인 실내공간에서 공연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말했습니다. "선생님은 늘 광장에 계셨잖아요." 우리는 늘 하늘 아래 광장에서 만났고 함께 걸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청계광장으로 갑니다. 시민 여러분이 촛불을 들고 만났던 그 자리, 진실이 가려진 시대마다 사람들이 먼저 모이던 그 광장으로.

선생은 살아 계실 때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마냥 쓰러질 것만 같애도 눈깔을 똑바로 뜨고 곧장 앞으로, 앞으로." '한바탕'을 여는 마음입니다. 사람보다 이윤을 먼저 챙기는 시대, 우리 모두 자주 쓰러질 것만 같은 시절입니다. 그러나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곧장 앞으로 한 발을 떼는 것, 혼자 하면 너무 두렵지만, 손을 맞잡고 함께 하면 한결 용기가 납니다. '한바탕'은 바로 그 어깨를 거는 자리입니다.

시민 여러분을 모십니다. 4월 30일 저녁 7시, 청계광장입니다. 한바탕은 250명의 예술가가 만들어 놓고 시민이 구경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여러분이 같이 만드는 자리입니다. 노동절 전야, 일터에서 곧장 오셔도 좋고, 가족과 친구의 손을 잡고 오셔도 좋습니다. 혼자 오셔도 좋습니다. 광장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쓰러질 것 같은 시절에, 두 눈을 똑바로 뜨고 한 발 떼기 위해, 4월 30일 청계광장에서 뵙겠습니다. 한바탕 잘 놀아 봅시다. 그리고 한 발, 함께 떼어 보길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