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청년민중가수 공개 오디션, 사라져가는 민중가요 살릴 청년은 누구?
사라져가는 민중가요 살릴 청년은 누구…14명 열띤 경연
김태욱 기자2026. 3. 2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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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동이 빠질 수 없지 2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2026년 청년민중가수 공개 오디션’에서 한 지원자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성동훈 기자 zenism@kyunghyang.com
시민단체 ‘민중가수 공개 오디션’
참가자 “약자에 위로 주고 싶어”
주최 측 “예상보다 많이 와 대박”
5명 뽑아 백기완 추모제 무대에
집회·시위나 노동현장 등에서 주로 불리던 민중가요가 사라지고, 이를 부르는 가수도 줄어들자 시민단체가 자체적으로 ‘새 민중가수’를 찾아 나섰다.
백기완 문화예술 한바탕 조직위원회는 2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청년 민중가수 공개 오디션’을 열었다. 고 백기완 선생의 5주기 추모제인 ‘제1회 백기완 한바탕’에 올릴 신인 민중가수를 선발하기 위해서다. 조직위는 “민중가요를 부르는 이들이 점점 사라지는 시대”라며 “기다리지 않고 노래할 동지를 직접 찾아내려 한다”고 밝혔다.
총 5명을 선발하는 오디션에 총 14명의 신인 민중가수 지망생들이 참여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지원자들은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가사를 되뇌다가 순서가 되자 심호흡을 하고 마이크를 잡았다.
지원자들은 공통곡 ‘세상에 지지 말아요’와 자유곡 한 곡까지 총 두 곡을 불렀다. 첫번째 지원자로 나선 직장인 하세연씨(31·활동명)는 자유곡으로 노래패 ‘꽃다지’가 불러 유명한 ‘불나비’를 선택했다. 밝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열창하던 그가 긴장한 듯 중간에 박자를 놓치자 심사위원들이 손짓으로 박자를 함께 맞춰줬고 하씨는 무사히 오디션을 마쳤다.
하씨는 12·3 내란 이후 참석한 집회 현장에서 처음 민중가요를 접했다. 즐겨 하던 온라인 게임 속 NPC(게임 이용자가 직접 조종하지 않는 캐릭터)의 대사를 따 ‘겸사겸사 세상을 구한 전국 밀레시안 협회’라는 깃발을 만든 그는 기수가 돼 남태령 철야 집회를 지켰다. 이 자리에서 그는 농민들이 부르던 ‘아스팔트 농사’를 배우며 민중가요의 매력에 빠졌다. 오디션을 마친 하씨는 “회사를 다니다보니 준비할 시간도 짧고 하필 첫 순서여서 좀 아쉽다”며 멋쩍어했다.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던 김명중씨(23)는 자작곡 ‘동지여’를 들고 나왔다. 꿈을 위해 예술고에 진학했던 김씨는 교사들의 임금체불 문제를 목격했고, 이후 계엄 등 사회문제를 맞닥뜨리며 자연스레 민중가수의 꿈이 싹텄다. 그는 “사람들을 노래로 위로하고 싶었는데, 그들 중에 노동자나 농민, 장애인과 성소수자 등도 있는 것 아니겠냐”며 “그래서 난 민중가요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날 오디션은 마치 작은 공연을 방불케 했다. 지원자들이 공통곡인 ‘세상에 지지 말아요’를 부를 땐 응원을 위해 찾은 지인과 지원자들이 너나없이 함께 노래에 맞춰 몸짓을 하며 호응하고 서로에게 박수를 보냈다.
오디션 기획자이자 심사위원인 민중가수 지민주씨는 “더는 젊은 세대가 없구나라고 자포자기하기도 했다”며 “한 명이라도 오면 그 사람을 잡자고 생각했는데 14명이나 오셔서 대박이 났다”고 했다. 지씨는 “선배와 지원자들이 무대도 함께 만들고, 공연 기획과 음원 제작을 함께해 내년, 후년에는 더 좋은 성과들이 나오도록 잘 한번 키워보겠다”고 했다.
이번에 선발될 5명의 신인 민중가수는 백기완 한바탕에서 선배 민중가수들과 합동공연 기회를 얻는다. 조직위는 이들이 전업 민중가수로 독자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김태욱 기자 wook@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