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한겨레> 스님이 “소년공 출신 대통령” 외친 이유 “고공농성 노동자 살려달라”

스님이 “소년공 출신 대통령” 외친 이유 “고공농성 노동자 살려달라”

정봉비 기자2025. 7. 22. 15:16

22일 다양한 분야의 시민단체들이 모인 ‘고공농성 문제 해결 촉구 각계 원로 기자회견 준비위원회’가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각계 원로들이 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정봉비 기자

22일 다양한 분야의 시민단체들이 모인 ‘고공농성 문제 해결 촉구 각계 원로 기자회견 준비위원회’가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각계 원로들이 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정봉비 기자

“오늘 우리 나이 든 몸을 이끌고 폭염을 견디며 이 자리에 선 까닭은 조바심 때문입니다. 저러다 큰일 치르겠다 싶은 조바심. 여러분, 사람부터 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한명희 전 콘트롤데이타노조 위원장)

절기상 가장 덥다는 ‘대서’인 22일, 각계 원로들이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 고진수씨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노동자 박정혜씨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에 모였다. 이날로 세종호텔 노동자 고진수씨가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인 지 160일, 화재로 타버린 옵티칼하이테크 공장이 노동자들을 해고하자 박정혜씨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인 지 562일이 됐다. 이들은 “이재명 대통령은 고공농성하는 노동자 문제를 즉각 해결하라”, “박정혜, 고진수 노동자 힘내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고공농성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세종호텔 앞 아스팔트 도로 한복판 10m 높이 교통탑 위에 머물던 고진수씨는 확성기로 원로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명진 전 봉은사 주지, 백도명 서울대 명예교수, 단병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김중배 전 문화방송 사장 등 각계 원로가 모인 ‘고공농성 문제 해결 촉구 각계 원로’(각계 원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정부에 “해고 노동자 고진수씨와 박정혜씨의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이들이 무사히 땅으로 내려올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명진 스님은 “이재명 대통령도 소년공 출신으로서 이 땅 노동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전국에 힘없고 가여운 노동자들을 대표해서 하늘에서 목숨을 담보로 투쟁하고 있는 고진수 노동자와 박정혜 노동자를 당장 이 땅으로 내려오도록 해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신학철 백기완재단 이사장도 “이재명 정권은 노동자와 시민들의 투쟁으로 세워졌다”며 “그럼에도 아직까지 하늘로 올라간 고진수, 박정혜를 외면하고 방치하는 것은 권력을 준 노동자, 시민에 대한 배신”이라 주장했다.

이들은 극한의 폭염 속에 농성을 벌이고 있는 해고 노동자의 건강도 염려했다. 백도명 서울대학교 명예교수(환경보건학)는 각계 원로 565명이 연명한 입장문을 읽으며 “지금은 ‘나중에’를 말할 수 없는 시점”이라며 “박정혜를 살려야 한다. 고진수를 살려야 한다”고 했다.

22일 세종호텔 앞 도로 한복판에 놓인 10m 높이의 철제 구조물 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 고진수씨가 원로들의 응원해 화답하고 있다. 정봉비 기자

22일 세종호텔 앞 도로 한복판에 놓인 10m 높이의 철제 구조물 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 고진수씨가 원로들의 응원해 화답하고 있다. 정봉비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원로들은 한명씩 마이크를 잡고 철제 구조물 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고진수씨에게 “건강하게 버텨달라”, “고진수 힘내라” 등 응원의 말을 보냈다. 고씨는 확성기를 들고 “더운 날씨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연대의 힘으로 반드시 승리해 일터로 돌아가겠다”고 화답했다. 기자회견 종료 뒤 준비위는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용산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